04 자연과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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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 고고한 자태, 강선대
  • 도심 속 고고한 자태, 강선대

    강선대는 신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던 곳으로, 울창한 수목들이 도심 속에 어우러져 기나긴 세월을 머금고 있다



    시대 : 현대

    주소 : -

 

백양산 기슭에서 낙동강을 향하여 뻗어 내린 곳에 바위 언덕이 있고, 동서 양쪽에 독뫼산(獨山)을 이룬 암구에 고목이 우거져 선경을 이룬 곳이 있다. 이곳이 바로 신선이 내려와 목욕하고 갔다는 전설이 깃든 강선대이다. 주민들은 이곳의 위아래를 각각 상강선대(上降仙臺) 하강선대(下降仙臺)라 부르며 신성시 한다. 덕포의 원래 이름은 덕개. 덕은 언덕을 뜻하므로 덕포는 언덕 끝에 배를 대는 포구란 의미다. 지금은 주변이 시가지로 변해 옛 정취가 사라졌지만 원래는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포구였다. 지금의 덕포 지하철역 옆에 있는 상강선대와 사상초등학교 뒷편에 하강선대가 있는데, 둘로 나뉜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진 바 없지만 애초에는 전해지는 전설로 보아 신선의 영험이 서려있던 영지로 모셔졌으며, 그 영험한 터에 1700년경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작을 빌기 위해 당산을 세웠다 한다. 오늘날까지 아름다운 풍광과 그 원형을 잘 보존해 오고 있는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당산이며, 부산의 8대(八臺)에도 속하는 곳이다.

 예로부터 사상지역은 경관이 뛰어나 사상8경이 남아 있을 정도다.  도시의 발달로 지금으로서는 그 위치가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낙동강 강가에 내려앉은 기러기의 모습(평사낙안, 平沙落雁), 먼 포구의 돌아오는 배의 모습(원포귀범, 遠浦歸帆), 여름날밤 게를 잡기 위해 밝힌 불빛(칠월해화, 七月蟹火), 한여름 낙동강변에 핀 갈대꽃의 모습(팔월노화, 八月蘆花), 서쪽으로 지는 노을의 모습(서산낙조, 西山落照) 등은 지금도 여전히 이곳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경관이다.  강선대는 특히 만추가 아름답다. 근대문인 이광수가 자신의 이름을 바꿀 정도로 존경했던 조선 후기 시인 신광수는 ″강 물결 끝자락에 가을이 처음 찾아 든다″고 했지만,  강선대를 뒤덮고 있는 단풍을 보면 가을이 처음으로 찾는 곳이 강 물결이 아니라 단풍잎 같다. 그만큼 강선대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큰 바위나 고목 등의 자연을 숭배하던 것은 우리 고유의 토속신앙이다. 강선대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신앙대상으로 수목을 숭배하는 동민(洞民)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자연을 숭배하는 우리 민족 고유정신이 깃들어 있는 마을이다. 당산나무가 고목으로 서 있고, 암대 위에 당집을 세워놓았다. 이 당집이 덕포동의 상징이자, 부산의 자랑할 만한 경승지가 될 만도 하다. 상강선대는 시내버스 도로와 맞물리고 도시철도 2호선역이 바로 아래에 있어 접근성이 그 어느 유적보다 편리하지만, 하강선대는 안쪽으로 조금 들어앉았다.

수려한 풍광과 민간신앙의 한 공간을 옛 모습대로 잘 보존해 와 사상구만 아니라 부산의 자랑거리임이 틀림없다. 향토사학자 주경업이 1992년에 그린 강선대 펜화가 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성공 기원 및 사상팔경축제의 기념을 목적으로 개최한 북부산우체국 우표전시회의 팜플렛 표지에 사용된 고일웅의 동양화 '강선대' 가 있다.